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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과 자기 마음은 못 속인다

기사입력 2021.08.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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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면서 국민 모두 큰 재앙을 맞아 참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무서운 질병이 급속하게 전염되면서 우리는 참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재난을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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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승현 작가

     

    『목민심서』 제11편의 「진황(賑荒)」은 본디 특별한 경우, 즉 일상적인 목민관의 업무와 다르게 천재지변이나 가뭄, 홍수 등의 기후 때문에 극심한 흉년이 들어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백성들을 구제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취해야 할 조치를 말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코로나19에 대한 처리 역시 「진황」에 해당하는 일로 여겨 특별한 처방이 있어야만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진황」의 마지막 조항인 준사(竣事)라는 항목에는 비상시기에 업무에 종사하는 목민관들이 일의 마무리를 하면서 어떤 자세와 마음씨를 지녀야 하는가를 세세하게 설명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열거하고 있다. 

    이것은 진황의 문제만이 아니라 공직자로서 공무를 마무리하면서 했던 일을 점검하고 살펴보아 행여라도 어떤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나를 반성해보는 일과도 연관된다. 

    그래서 어떤 공무를 시작하고 끝낼 때까지 모두를 점검하여 행여라도 죄과(罪過)가 있나 없나를 하나하나 성찰해보라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다. 

    여기에서 다산은 위대한 인간철학을 개진하고 있다. 

    “사람에게는 두려워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人之可畏者三]”라고 전제하고 “백성이요 하늘이요 자기 마음이다.”라고 말하여 공직자에게는 백성과 하늘과 자신의 마음을 가장 두렵게 여겨야 한다는 진리를 설파하고, 왜 그런가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해놓았다. 

    백성과 하늘을 속일 수 없음이야 너무나 당연하지만, 자신의 마음[自心] 또한 속일 수 없다는 것은 인간은 자신의 양심까지는 속일 수 없다는 뜻이다. 

    더 부연하여 상사(上司)를 속일 수 있고 군부(君父)를 속일 수 있지만, 백성과 하늘만은 속일 수 없고, 시치미를 떼고 죽은 듯이 있어도 위로 보면 두렵고 굽어보면 부끄러운 마음은 속일 수가 없다고 말하여 자심(自心) 곧 양심만은 절대로 못 속인다고 했다. 


    요즘 대통령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수십 명의 여야 정치인들이 자신만이 제일 훌륭한 사람이고 자신만이 대통령으로서 적격자라고 자랑하면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해 다산은 “뜻은 성실하지 못함이 있고[意有不誠], 마음에는 바르지 못함이 있고[心有不正], 상사를 속이고[欺罔上司], 국가를 속이고, 구차하게 형벌을 피해 이익과 벼슬을 도모하여 교묘하게 꾸미기를 천하에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가!”라고 질문했다. 

    교묘하게 꾸미는 일에 능통하여, 아무도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무서운 다산의 경고가 있다. 

    “그런데 털끝만 한 사기와 허위까지도 백성들은 모르는 일이 없다.”라고 말해 백성은 속일 수 없다고 했고, 하늘과 자신의 양심은 정말로 속일 길이 없다고 했다. 

    다산의 말대로 아무도 모르지만, 백성과 하늘은 그의 양심까지도 알고 있다니, 한 번쯤 자신을 ‘점검시종(點檢始終)’ 해보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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