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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신풍(花信風, 꽃샘바람)

기사입력 2019.02.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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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에는 겨울에도 보기 힘든 눈이 내리더니, 그래도 막바지에 있는 겨울이 이제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는 듯 하다.

    그래도 한두 차례 꽃샘추위로 인해 두꺼운 외투를 마무리하기에는 자못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개나리와 진달래가 5일 정도 일찍 필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추위를 몰고 왔던 바람이 잦으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극성으로 삼한사온이 삼한사미라는 말로 대체되어 그만큼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여전하다.

    그래도 봄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꽃이라는 관념이 있을 터인데도 말이다.

     

     한편 생각해보면 다른 해보다는 일찍 필 것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화신24풍에 의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차승현.jpg

    화신풍(花信風, 꽃샘바람)은 봄철 꽃 필 무렵에 부는 바람으로 꽃소식을 전하는 바람이다.

    소한(小寒)에서 곡우(穀雨)까지의 넉 달 동안에 5일마다 한 꽃이 피려 함을 알리는 바람이기에 넉 달 동안 24번의 화신풍이 부는 셈이다.

     

     24번풍을 살펴보면

    • 소한(小寒) 후 매화풍(梅花風), 산다풍(山茶風), 수선풍(水仙風),

    • 대한(大寒) 후 서향풍(瑞香風), 난화풍(蘭花風), 산반풍(山礬風),

    • 입춘(立春) 후 영춘풍(迎春風), 앵도풍(櫻桃風), 망춘풍(望春風),

    • 우수(雨水) 후 채화풍(菜花風), 행화풍(杏花風), 이화풍(李花風),

    • 경칩(驚蟄) 후 도화풍(桃花風), 당화풍(棠花風), 장미풍(薔薇風),

    • 춘분(春分) 후 해당풍(海棠風), 이화풍(梨花風), 목란풍(木蘭風),

    • 청명(淸明) 후 동화풍(桐花風), 맥화풍(麥花風), 유화풍(柳花風),

    • 곡우(穀雨) 후 모란풍(牡丹風), 도미풍(酴蘼風), 단화풍(楝花風)이 있다.

     

     두꺼운 외투를 벗으려다가 망설이게 만드는 화신풍(꽃샘바람)은 그 바람이 불고나면 그 꽃이 핀다고 했고, 꽃이 피는 것을 시기해서 예쁜 짓을 한다는 뜻으로 화투연(花妬娟)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예쁜 꽃을 기다리는 마음과 함께 올해의 봄은 초록의 빛이 점점 강해져 가는 모습이 더욱 기다려지는 것이 아닐까?

    주변의 어두운 그림자를 비로 깨끗하게 씻어버리고 생동감을 보여주는 그런 초록의 색깔을...

    어쨌든 어떤 꽃은 순서도 없이 그 망울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지만, 옛사람들이 개화 순서에 맞추어 이름을 다르게 불렀다는 것은 엄연히 그 순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겨울의 추운 기운이 가시지 않은 탓에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있지만 꽃바람 소식은 비 소식과 함께 기다려진다.

     

     비가 오면 어느새 꽃도 피고, 파란 잎으로 몸을 단장한 초목이 많아질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앞뒤없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조급한 마음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도 한 겨울 속에서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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