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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 설날

기사입력 2019.03.0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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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력으로 2월 초하루를 머슴 설날, 또는 머슴날이라고 했는데 이 말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옛날 농경사회에서 일 년 간 농사일을 할 일꾼들을 위해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마을잔치를 벌이는데, 일꾼들로서는 겨울 동안 쉬었던 몸을 풀어 다시 농사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농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때이기도 했지만 게으른 머슴들은 농사일이 너무 힘이 들어서 울타리를 잡고 울기도 했다는 것이다.

    차승현.jpg
    차승현 작가

     

     또한 이 날은 바람신인 영등할머니가 내려오기 때문에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그 해의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영등날’ 또는 ‘영등할머니날’이라고도 한다.

    영등할머니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올 때 딸을 데리고 오면 일기가 평탄하지만,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에는 비바람이 몰아쳐서 농가에 피해를 입힌다고 하는 설화가 있는데, 물론 고부간의 갈등과 관련시키기도 하지만 바람과 농사의 일과 관계되는 농신의 성격인 것이다.

     

     어쨌든 2월 초하루가 되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농사의 일이 시작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겨울동안 쉬다가 일을 시작하려고 생각하니 너무 힘이 드는 것을 우려해서 울타리를 붙잡고 우는 게으른 머슴도 어쩔 수 없이 한 해의 농사일을 준비해야 하는 날이 된 것이다.

    우리는 방송을 통해 일꾼이 되겠다고 소리소리 외쳤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국민을 위해 머슴이 되겠다고도 했다.

     

     이제 그들도 한 해의 일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처한 이 시대가 농경사회는 아니지만 그 동안 많이 쉬었으면 한 해를 준비하는 머슴설날 2월 초하루까지 잘 지내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혹자는 그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음력 2월 초하루가 지나가는 데에도 계속 일을 하기 싫어서 울타리를 붙잡고 우는 게으른 머슴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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