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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언어)

기사입력 2019.12.0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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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할 만큼 힘이 세다.

    게다가 수명 또한 무진장 길다.

    그리고 지금도 흉기를 감춘 말은 항상 허공중에 떠돌고 있다.

    무조건 윽박지르는 직장의 상사, 솔직함을 핑계로 가슴이 비수를 꽂는 친구, 유독 아픈 말만 골라서 하는 가족 등에게 꼭 그렇게 말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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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승현 작가

    그리고 필자 역시 말로써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몇 번이나 아프게 하고, 무너뜨렸는지 모른다.

     

     입 밖으로 나온 말, 쏘아버린 화살, 엎질러진 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한다.

    물론 흘러간 시간 또한 그 범주에 든다고 할 수도 있다.

    그 중에서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은 잘못 뱉은 말이 아닐까 한다.

    무심코 던진 말이라도 일단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사람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직장과 사회에서 혹은 부모의 위치에서 잘 이끌어주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 자신의 말 습관은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후배를 격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보고서를 보게 되면 다시 화가 치밀어 오르게 된다.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떼를 쓰고 버둥거리는 것을 보면 버럭 성질이 나오게 된다.

    격려하고 존중한다는 결심은 길들여진 말(언어)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잃고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섞이고 숙성되어 그 사람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나오는 것이 말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말(언어)은 그 사람의 내면과 닮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말하는 기술 등 그 자체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나’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그릇의 크기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

    말 그릇이 큰 사람들은 누군가를 현혹시키고 이용하기 위해 말을 사용하지 않으며,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그리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말을 사용한다.

    ‘너’와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람들과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따라서 말 그릇이 큰 사람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말은 그 사람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필요한 말을 제 때 하고, 후회할 말을 덜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말 때문에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로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키워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진정한 말의 주인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말 때문에 사람의 일상이 외로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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