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알다시피 미국은 힘(트럼프)보다 연륜(바이든)을 선택했다.
트럼프와는 다른 문제 해결 방식을 원한다는 뜻이고, 그런 능력을 바이든이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연에서도 마찬가지다.
집단을 이끌어가는 존재는 그 집단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코끼리들은 어떨까?
이들도 무리를 이루고 사는데 이들을 이끄는 ‘코끼리 왕’에 오르려면 특별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보통 20~40마리씩 무리를 지어 사는 코끼리들은 웬만한 관목 숲을 탁 트인 평지로 만들 정도로 힘이 좋다.
기린처럼 목을 늘여 높은 곳의 잎을 먹는 게 아니라 나무를 뽑거나 부러뜨려 잎을 먹기 때문이다.
이 거대한 집단을 이끌려면 얼마나 무지막지한 힘을 가져야 할까 싶지만 사실 무리를 이끄는 건 가장 나이 많은 ‘할머니’다.
무리가 주로 암컷으로 구성되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1년의 절반이나 되는 건기 동안 먹이와 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많은 지도자가 없으면 강렬한 햇빛에 모든 게 바싹 말라버린 황야나 막막한 사막을 헤매다 죽기 십상이다.
수컷들은 어느 정도 크면 무리를 떠난다.
근친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자연에는 이런 ‘할머니 대장’이 드물지 않다.
야생 양과 사슴들도 대체로 나이 든 암컷들이 무리를 이끈다.
힘보다 경험이 생존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거친 개코원숭이 사회에서는 젊고 힘센 수컷들이 우두머리가 되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우두머리이기에 무리가 갈 길을 정하지만 무리 내 연장자의 의견을 구한다.
경험을 우대하는 것이다.
젊은 지도자가 제멋대로 했다가 이동한 곳에 먹을 게 없거나 표범의 공격을 받는 일이 많아지면 권위를 잃게 되고 계속되면 권력을 잃는 까닭이다.
물론 힘만으로 권좌에 오르는 집단도 있다.
사자들과 바다코끼리들이다.
재미있는 건 이렇게 경험을 중시하는 집단의 우두머리와 힘을 앞세우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그 자리에서 물러난 후다.
전자는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긴 하지만 집단에서 축출되거나 죽는 일이 많지 않다.
후자는 반대다.
그 자리를 빼앗기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뀐다.
급전직하 추락한다.
결국 힘으로 지배하는 것보다 연륜을 통해 집단을 이끌어가는 수명이 길다는 것을 자연에서 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