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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말도 가시는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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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맛있는 말도 가시는 빼고!

주말에 모처럼 KTX를 타고 고향 나들이를 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허용된 좌석은 만석이었다. 제 옆자리로 중년 여성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좁은 공간이라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그대로 내 귀에 들어왔다. 그때 들었던 말이 생각나서 몇 마디 옮겨보려 한다.

 

첫 번째 이야기 : ‘내 남자친구는 휴일이면 바이크를 재미나게 탄다’라고 하니 그 말을 듣고 있던 옆에 있던 사람이 ‘엊그제 친구 시아버지가 바이크 타다 사고가 났는데 그 자리에서 즉사하셨어. 그래서 조문 다녀왔어’라고 한다. 바이크라는 말을 꺼낸 사람의 안색이 급하게 흐려졌다.

송란교 논설위원.jpg
송란교 논설위원

 

 

두 번째 이야기 : ‘내 친구가 최근 전기자동차를 샀다’라고 자랑을 하자 곧바로 ‘전기자동차는 사고가 나면 문이 안 열리는가 봐, 자동차에 불이 났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서 내 친구 남편은 결국 불에 타 죽었어’라고 말한다. 웃으며 자랑하던 그 사람의 얼굴이 점점 우거지상으로 바뀐다.

 

세 번째 이야기 : “얼굴이 까칠해서 비싼 화장품을 사주었더니 ‘이 화장품은 어떻게 처바르면 되는가요’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바르든지 퍼먹든지 네 맘대로 하렴, 비싼 돈 주고 사주었더니, 싸구려 소리만 하고 자빠졌네’라고 한소리 했으나 기분이 참 더럽더라’라고 한다.

 

오색찬란한 비빔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왼손으로 깨 뿌리고 오른손으로 나물 넣고 이리 비비고 저리 굴려서 이렇게 처먹고 저렇게 퍼먹어야 한다고 누가 가르쳤단 말인가? 고소한 참기름은 처먹어야 제맛이고 비벼 놓은 비빔밥은 퍼먹어야 제맛인가?

 

무심코 내뱉은 말, 지닌 뜻은 하나여서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동의가 안 된다. 그러면서 마음이 점점 멀어진다. 몸은 가까워지려 하지만 가슴이 멀어지려 하니 같은 극의 자석이 서로 밀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역에 따라 똑같은 표현이지만 내포하고 있는 뜻이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뜻으로 말했는데 상대가 나쁜 뜻으로 받아들여 참 난감할 때도 있다. 표준어와 비슷한 말을 하면서 이상한 어감의 접두어가 붙으면 마음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뜻은 분명 입안의 혀처럼 자유롭다지만 마음에는 모래를 씹는 듯한 오해가 쌓여 간다.

 

‘바이크를 타면 즐겁지. 하지만 자전거보다 위험한 듯하니 조심조심 타라고 하세요’. ‘요즘 전기자동차 구매하기 쉽지 않다고 하던데 조상님 덕이 있었나 보네’라고 말했다면 듣는 친구의 마음이 멀어질 리 없다. 그 친구의 즐거운 상상을 잘게 부스고 조그마한 우월감을 매몰차게 뭉개면 내 기분은 좋아지는가? 마치 그런 사고가 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입이 즐겁다는 핑계로 사정없이 쏟아내면 누가 그 사람 곁에 머물고자 하겠는가? 충고한다면서 친구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고, 위로의 말을 한다고 하면서 상처 난 곳에 왕소금 뿌리고, 바른 말이라 하는데 옳은 게 하나도 없다면 누가 그를 참다운 친구라 생각하겠는가?

 

말은 머리가 아닌 가슴을 통하여 입 밖으로 나올 때 비로소 상대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ㄱ=ㄴ’이라는 정의가 있지만, 살다 보면 ‘ㄱ=ㄴ’이 아닌 ‘ㄷ’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상대방의 마음이 ‘ㄷ’을 기다리고 있으면 ‘ㄷ’이 정답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요즘 상대편에게는 분노를 일으키게 하면서 내 편이 환호를 하면 무조건 맞는 거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 분노를 사치스럽게 즐기는 정치인도 늘고 있다. 함께 살면서 서로 잘되기를 원한다 떠들지만 서로 헐뜯고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는 무리로 변해간다. 국민을 분노케 하는 못된 말버릇이 진이 배기고 습관이 되어 버린 듯하다. ‘나’가 ‘이런’ 뜻으로 말을 했으니 ‘너’도 당연히 이런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 ‘국민’은 ‘그런’ 뜻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자리에 맞는 언어가 있다. 또한 시의적절(時宜適切)한 말이 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의 금 사과니라’(잠 25:11),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 미련한 자의 입은 그의 멸망이 되고 그 입술은 그 영혼의 그물이 되느니라’(잠18:6~7), ‘의인의 입은 생명의 샘이라도 악인의 입은 독을 머금었느니라’(잠 10:11). 성경 말씀을 떠올리면서 같은 말도 예쁘게, 즐거움을 늘리고 분노를 줄이는 말 습관을 생각해본다.

 

* 위 칼럼은 성광일보에도 게시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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