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人一快事
耳聾又次之
世聲無好音
大都皆是非
浮讚騰雲
虛誣落汚池
禮樂久已荒
薄嗟群兒
노인네의 한 가지 유쾌한 일
귀먹은 것이 그다음이로세
세상 소리는 좋은 소리 없고
모두 온통 시비(是非) 다툼이로다
거짓 칭찬 하늘까지 치켜올리고
가짜의 모함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네
격조 높은 예악(禮樂)은 이미 황무지 되고
약고 경박한 뭇 아이들 세상, 슬픈지고
75세로 세상을 떠난 다산의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라는 6수의 시입니다.
노인이라서 유쾌한 일이 생긴다는 역설적인 이야기를 시로 읊어 다산의 번뜩이는 시재(詩才)를 알게 해줍니다.
늙어지자 머리가 모두 빠져 민머리로 변해, 머리 손질하는 불편이 없어져 유쾌하다는 내용에서, 노년에 이르러 이가 모두 빠지자 치통의 고통을 당하지 않아 유쾌하다, 시력이 약해져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없어, 책 읽는 고통에서 벗어나니 또 유쾌하다 하고는 네 번째로는 청력이 약해져 귀가 어두우니 듣기 싫은 소리를 안 들어서 유쾌한 일의 하나라고 읊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늙은이는 바둑을 두어도 반드시 이겨야 할 필요가 없으니, 하수들만 상대하게 되니 그것도 유쾌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바로 노인의 여섯 가지 유쾌한 일이라는 해학적인 시들의 내용입니다.
여섯 수 모두 재미나는 시이지만, 예문으로 제시한 네 번째의 귀머거리[耳聾] 시가 그중에서도 마음을 기울이게 해줍니다.
더구나 요즘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좋은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온갖 막말과 속된 말들이 세상에 가득 차면서 어떻게 해야 저런 소리의 해악에서 벗어날까를 걱정하고 살아가는데, 귀가 어두우면 유쾌해진다는 다산의 역설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정치적 경쟁자들이 아니라 죽여 없애야 할 적으로 여겨 입만 열면 시비만 따지고, 온전한 이성적 인간이 아닌 사람까지 하늘 닿게 치켜올리는 일에 주저하지 않고, 아무리 바르고 옳은 사람도 자기 진영 사람이 아니면 거짓과 가짜로 모함하여 구렁으로 밀어 넣고만 있으니, 이런 모습, 이런 소리를 안 들을 방법은 없고 어찌해야 할까요.
격조 높은 언어로 경쟁자와 경쟁하는 모습이나 소리를 보여주고 해줄 수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