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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를 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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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배나무를 심는 이유

각설이패들이 공연 레퍼토리로 즐겨 부르면서 더 많이 알려진 ‘장타령’은 오늘날 “골라, 골라.”로 시작되는 시장 상인의 노래처럼 상품의 장점을 재미있게 제시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설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전국 각지에 서는 장의 특징을 해학적으로 나열하는 사설로도 많이 불렸다. 

차승현 작가_정장.jpg
차승현 작가

 

그중에 “화목 많은 화천장, 길이 막혀 못 보고”라는 구절이 있다. 

강원도 화천은 통나무의 산지로 유명했다. 

화천에 워낙 울창한 산림이 많은 데다가 벌목된 통나무들을 뗏목에 묶어 북한강 물길로 서울 뚝섬까지 운반하는 며칠 동안 나무의 진이 강물에 자연스럽게 빠지면서 품질이 더욱 좋아진다고 한다. 

이 통나무를 사려고 장사꾼들이 화천장에 모여드는 바람에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압축된 표현에 담은 것이다. 


화천의 옛 이름은 성천, 낭천이다. 

지명에서 느껴지듯 이곳은 예로부터 거칠고 험준한 지역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상 통나무 이외에는 옻, 잣, 배 등이 이곳의 특산품이었다. 

조선 시대에 낭천 현감이 되는 사람은 특산품 중 하나인 맛 좋은 배를 세금으로 거두어 수레에 한가득 실어서 한양에 보내곤 했다. 

부임하자마자 떠날 궁리를 하며 뇌물로 쓰려고 배를 구하기만 했을 뿐, 정작 이곳에 배나무 한 그루 심는 현감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김상숙이라는 인물은 달랐다. 

부임한 뒤 현감 업무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여가를 이용해 백설루(白雪樓)를 지었는데, 그 곁에 손수 심고 접붙인 배나무가 열댓 그루나 되었다. 

이곳에 오래 있을 것도 아닌데 왜 배나무를 심는지 묻는 이에게 김상숙은 대답했다. 

“심는 사람은 먹지 못하고 먹는 사람은 심지 않으니, 그 또한 이치인 게지요. 하지만 열매는 내가 먹지 못한다 해도 꽃은 볼 수 있지 않겠소? 더구나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심고서 먹지 못한다 한들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관직에 오르면 조급하게 이루려는 마음이 없어야 하고 직무에 임해서는 남과 나의 구분이 없어야 한다.” 

대개 관료들이 빨리 성과를 내서 장차 더 높은 자리로 오르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지금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 챙겨야 할 사람은 등한시하곤 하는 세태를 비판한 말이다. 

장래의 승진에 급급하고 외부의 명성에 얽매였던 이전의 현감들을 원수로 여기던 백성들이었지만, 지금의 자리에 충실하고 자기 백성을 사랑으로 챙기는 김상숙은 진심으로 따르고 신뢰했다. 

김상숙은 험지 낭천에서 주어진 공무에 전념하는 여가에 그저 배꽃 환한 달밤의 누대를 즐길 뿐이었다. 

그가 심은 배나무의 열매를 취한 것은 이후의 현감들이었겠지만, 열매의 이득이 꽃의 즐거움보다 반드시 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결실을 취하지 못할 줄 알면서도 나무를 심는 이들이 없다면, 우리의 장래는 당연히 어두울 수밖에 없다. 

성과에 조급해하거나 눈앞의 이해관계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지금 주어진 자리에서 즐길 줄 아는 이들이 더욱 필요한 시대다. 

의무와 희생으로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을 즐기는 여유를 지닌 사람, 그 여유를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야말로 이른바 ‘지속 가능한 발전’의 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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