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리고 걱정
마지막 삼복더위라는 말복도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더위는 가시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전국을 오르내리며 쏟아내는 장맛비는 엄청난 피해를 던져주었습니다.
이런 날씨에서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예민해지게 됩니다.
평소 같으면 너그럽게 웃고 지나갈 말인데도 무덥고 지친 날에는 나도 모르게 가시를 박아 되돌려주기 쉽습니다.
그러면서 날씨 핑계를 대긴 하지만, 서로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여간 조심스럽고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래동화에서 우산 파는 아들과 나막신 파는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늘 걱정과 염려로 삶을 마주하게 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다가가면 캄캄하던 앞날이 한 줄기 빛으로 비추어지게 되는 제 힘을 하게 되는 법입니다.
그러기에 삶의 매 순간 가운데 꼭 단순하게 표면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부정적이라 생각된다고 하여 외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듯합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말들이 잔치하는 것 같은 요즈음입니다.
좋은 말, 시끄러운 말들이 뒤섞여 소음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의 말이 절망 속에 있는 사람을 절벽 아래로 밀어뜨리는 셈이 되는데 작정하고 내뱉은 말은 오죽하겠습니까?
이쯤 되니 국민은 우산 파는 아들과 나막신 파는 아들을 둔 어머니와 같은 심정이 되고 맙니다.
얼굴보다 말이 더 그 사람의 인격에 가깝다고 믿는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면 얼굴을 볼 게 아니라, 말을 들어봐야 한다고 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된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살리고 스스로 더욱 성장하는 말, 세상을 따뜻하고 희망이 가득한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말을 함께 나누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우리 마음을 선한 말의 곳간으로 만드는 일, 그래서 매일매일 내 생각과 말을 다듬는 일, 그것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과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작지만 큰일이 아닐까요?